(단편) 이별의 방식

그러니까,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결국 동물이고, 동물에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직감 같은 것이 있다. 항상 찾던 카페의 공기도 왠지 한 바퀴 뛰고 온마냥 무겁게 느껴졌고, 한 숨 한 숨 내쉴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리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불능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그 전날 밤 한 숨도 잠들지 못했고 그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계속 다른 것을 생각했다. 어느 머그컵에 코코아를 담을까, 그 코코아에 무엇을 얹을까- 마시멜로, 사탕? 코코아를 마신다면 간식과 곁들여야 할까? 같은 쓸모없는 것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이 순간을 상상해왔던 것 같다. 몇 번이고 연습했던 순간이기에, 실제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끝에 만져지는 옷깃이나 테이블의 나무 표면 같은 것들, 부엌에서 미미하게 풍겨나오는 패스츄리 냄새, 웨이터의 구두 소리 같은 것들. 나는 그가 오기 전까지 녹빛 벽지 무늬를 눈으로 쫓았다. 색맹이었던 그가 내게 자신이 보는 녹색을 설명해주려 했던 것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그의 눈은 밤새 마음을 쏟아냈는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때문에 그의 눈길은 말라 있었고,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계속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한가득 차 있던 자리가 비어 있었던 탓일까, 나는 마음의 부재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무언가 흐르던 자리가 메말라 버리면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그 아래의 땅이다. 촉촉한 것이 사라지만 흙내음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참을 정적 속에 앉아 있었다. 몇 번이고 생각해왔기에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빨리 감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는 그런 것이 없다. 매 순간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뿐. 그는 내가 옛날에 접어주었던 종이 비행기를 내밀었다. 종이 비행기를 어떻게 접냐며 물어오던 그에게 난 바보 같다며 타박을 하면서도 접어주었던 것을 생각했다. 모서리 하나하나 정성들여 누르며, 반듯한 종이 비행기는 우리가 가는 모든 곳에 먼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종이 비행기를 내게 내밀면서도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마음이 가는 길의 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져가는 사람은 결국 나였다.

사람들은 그가 종이 비행기로 이별을 통보했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 끝에서 종이 비행기를 받은 것은 나였다고, 난 말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채찍질을 당하면 글이 더 잘 써진다 (고 예전에도 쓴 적이 있었다-) 고전 문학 중 유독 유배지에서 쓰여진 글이 많은데, 그걸 보면 왠지 유배된 시인이 된 기분이다. 이 소설로 말하자면 90% 픽션이다. 기분이 꿀꿀해서 쓴 글이지만 10%는 경험담이란 얘기다. 물론 어느 부분이 경험담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나중에 다시 블로그를 찾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지울지도 모르겠지. 올해가 거의 지났는데 글을 많이 쓰지 못해 조급한 마음을 이런 자잘한 단편으로 채우는 중이다. 올해의 끝에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글로 풀어내는 중일까. 말할 사람이 없어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에 털어놓는 게 고작인 걸까.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닌데, 그걸 하고 나니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뿐. 이걸 쓰고 나니 문득 몇 년 전 그때가 생각이 나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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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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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스쳐가는 낭만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낭만이라 하면 뭔가 뜨겁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릴 법한데 (그렇게 따지자면 난 인생에 전혀 낭만의 순간이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다), 낭만은 그저 기억을 두고두고 달게 만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거창할 필요 없이, 그 순간 시간을 잃어버린다면, 어떠한 마음에 빠져 밤새 뒤척이거나 아무 이유 없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낭만이 아닐까 싶다. 흑백인 시간에 색깔을 덧입혀 주는 것. 어쩌면 보라색, 연분홍, 부드러운 남색일지도 모르는 기억이, 낭만이 스며든 순간이다.

최근에 단편을 쓸 때 이군을 모티브로 삼았었는데, 오늘은 그 얘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이군은 내 기억 속의 아픈 구석이다. 아프고, 예쁘고, 기분 좋은 말랑말랑한 구석. 이군은 중학교 때 만난 친구다. 우리는 친구라기엔 조금 애매한 거의 펜팔 수준의 사이였는데, 실제로 어떻게 만났는지조차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수준이었고, 그것이 빨리 친해지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군은 뭔가, 말투가 사근사근하다. 말을 정말 뭐랄까, 시적으로 예쁘게 한다. 또래 남자애들 중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모범생에 쓴소리 못하는 바른 학생인데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만나면 자기 얘기를 하기보단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조곤조곤 맞장구쳐줄 것 같은 이미지. 맞춤법도 철저하고 (이것이 은근 크게 신경쓰이는 요소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또래보다 너무 빨리 철들어 버렸다- 가 그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음… 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에 대해서 조금 말해두자면 난 그 당시 조금 예민한 아이였다. 이리저리 튀어다녀 여기저기 멍이 들고, 툭 건들면 울 듯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아이. 딱히 뭐에 화가 나 있지도 않았고, 누가 모진 말을 해 축 쳐져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시종일관 기운이 없고 저기압이었다. 누구한테 털어놓지도 못하고, 털어놓을 기회가 오면 입을 꾹 다물고 모르쇠 해버리는, 그런 답답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안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때는 더욱 그랬다. 그래, 조금 날카로워져 있었던 시기였다. 화를 내면 더욱 초라하고 비참해져서 우울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갈 당시에, 난 내 상황에 대해서 별로 설명을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설명할 길이 없어 끙끙댔던 기억이 있다. 당최 갈 길이 생각나지 않아 동네를 3시간 동안 정처없이 헤맸던 적이 있다.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잡념 가득한 생각을 지워버리려고 발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걸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질 때쯤이었는데, 이군은 내게 ‘가여워라’ 라는 말을 했었다. 그날의 모든 것이 기억난다. 집 앞 수영장의 벤치에 앉아, 보라색으로 지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여름날 선바람은 얄팍한 천에 감싸진 피부를 춥게 만들었지만 그말을 듣고 머리 속에서 따뜻한 뭔가가 천천히 번져나갔었다. 난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군은 그렇게 말을 했었다. 다른 누가 들으면 그것이 동정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의 내겐 이해였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누가 알아봐준 느낌. 동굴 속에 불을 비춰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군은… 음, 아마 기억도 못할 것이다. 워낙 오래된 일이고, 지나가듯 한 말이었을 테니까. 나중에 안 얘기지만, 이군이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도 같은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한때 그랬으니까, 더욱이 이해를 해줄 수 있던 것이었다고. 이군도 어렸고, 나도 그랬다.

내가 그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이군 덕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으나, 분명 이군 덕이다. 이군과 난 관심사가 꽤나 비슷했고 원하는 것이 겹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우린 요리, 글, 음악,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군이 좋다던 음악은 들어봤고, 이군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도 읽었다. 꽤 낭만적이었다. 하굣길에 강을 지나는 전철의 창문을 내다보며 이군과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라는 것은 무의미 했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린 어쩔 땐 철저히 단순히 이용가치에 의한 사이였고, 그 거리감이 어쩔 땐 조금 씁쓸했으나 이군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이군은 아주 오랜만에 얘기해도 그대로고, 날 있는 그대로 한결같이 봐주는 사람이다. 기다려도 되지 않는, 긴 기다림에 있어 전혀 무관한 사람. 사실 이군이라면 기꺼이 기다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 있어 이군을 편하게 한다. 울어도 웃어도 화내도, 시간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언제든 한결같으니. 이군은 나를 제일 모르는 사람 중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자, 나의 온갖 치부와 바닥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지금 내 열아홉 인생에 진정한 낭만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었다면 이때였을 것이다. 내 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걷는 사람이다. 이군과 나는 여전히 친구고, 혹여나 이제 다시는 소식을 듣지 못한다 하여도 진심으로 그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서 뭘하든, 이군만큼은 꼭 잘됐으면 좋겠다.

오늘의 추천곡: 그럴걸- 김나영

 

Every Inch Closer to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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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s often rumbled and shook when it drove over the pebbles on the ground. Hana frequently bounced from her seat and the wind ruffled her neatly combed hair, like the willow trees that swayed whenever the breaths of the season touched their leaves. She touched the yellow window pane, and traced her way back to her hometown. Hana remembered everything: the wheat field that enclosed the town, the smell of old grass, and the occasional hot puff of wind that blew onto her face. It had already been nine years since she left her home, and she had always felt uncomfortable at the thought of home, but the previous Sunday when she spent the night indulging in cold pretzels and apple soda watching late night soap dramas, she came across a dusty box under her bed that she had not been opening since she moved into her new apartment- that was eight years ago. It just had to be that moment when her empty can rolled under her bed, and that box just had to be the first thing that her fingertips touched. The box was full of letters, letters from ten, twelve, fifteen years ago. Many, many letters with handprints, ink stains and teardrops. That particular unopened letter she slipped into her bag held such an old, compelling sentiment that she could not ignore.

Why she was returning, Hana did not know. Home now, was a nonexistent place. Even the very moment where she sat by the window and the bus started driving across the old town she doubted her decision and often questioned herself if she should alight and board the bus back to the city. She could barely forget the imprints of the memory on every footsteps made in the grounds of this town. Every inch she got closer to home, the letter in her bag felt heavier, and it made her anxious that she had to grip onto the handrails of the seat. And when the bus broke down and the driver told the passengers that they had to walk to their destinations, Hana might even have relieved a bit. It gave her more time to think- and more excuses to return to the city. It was a summer midday, and the hot air that rose from the ground made her sweat- though she wasn’t sure if those sweat was from her anxiety or simply the hotness of the weather. She hoped the latter. Hana took timid steps into the long path; the scent of the unripe wheat and grass filled her nose. At dusk the sun would melt into the wheat, with the golden light splashing onto every patch of the land. She remembered walking up the hill with Rosie, and watching the sunset every afternoon, and rolling down the hill after sharing a joke or two. Hana held her bag close to her; she felt like she could even touch the letter neatly folded between the pages of her diary. The letter that brought her home. The letter written by her sister before she died.

Frankly speaking, Hana was not aware of the presence of the letter until the very moment she spilled the box of old letters onto her floor, and only after the box was empty she found an unopened one among all the others. The words To Hana was vivid on the envelope. Below those words was another sentence; instead of the address, Rosie had written, from home, where everything is alive. Hana didn’t know what she meant, and she figured that she would never find out surrounded by murky waters of the sewer and tire-stained asphalt: so she decided to return home. Hana would see for herself, what remained alive, in the house that no one stayed. To Hana, the word home felt so distant that it felt as if her home did not exist in the first place. Home, she spoke. The word slipped from her lips into an awkward sound that dissipated into the air. Home, she repeated. The second time she could barely hear her voice. Hana stopped walking; she wondered if she should continue her journey. What was the point of returning to a place where everyone had left? Hana thought of turning around and catching a town bus back to the nearest subway station, and rewatching the fashion shows she had missed out the last night. And she thought of the letter. The unopened, unanswered letter. At least someone has to answer the letter. It was an unspoken rule within the household. All letters have to be answered. Dad first suggested it. They shared words on paper when they were either too embarrassing to be spoken aloud, or too harsh, like “your breath stinks, please brush your teeth in the morning.” It was just a game at first, but at one point, it became a ritual between the family, and they would always end off with “with all my heart”.

Hana stopped by the old road that leads to the empty grounds where the town fairs used to be held. If she walked left, she would reach the empty ground within a quick fifteen minutes. Probably ten if she quickened her pace. But Hana merely paused for a moment and stared at the grounds that appeared as a blurred smudge from a distance. There were days when the carnivals were in town, and on heart-soft whim, Dad would drive the three of them to the fair, and they would spend the sun-soaked afternoon wandering the fairgrounds- between stalls selling popcorns and hotdogs, and behind clowns that performed tricks with balloons. Hana would hold Rosie’s hand, though mostly being tugged by her to wherever her caprices guided her. Hana stood by the fences, and recalled the first time she had bought Rosie a caramel apple. She handed her little sister a candy apple with sticky brown caramel wrapped around the skin of the apple, and watched as Rosie carefully studied the apple. It’s sweet, she had suggested, and Rosie took a tentative nibble. Hana remembered laughing at the sight of Rosie’s eyes widening as she giggled with delight. They were both smiling at each other, one flushing with wild joy and one soft with many unsaid things, just close enough to infinity.  Hana wondered how they would have looked like from a distance as she continued walking toward the old home. That night Rosie had written to her that she would have brought home thousands of candy apples, and Hana wrote back she would have, too. Hana decided not to stop by,  because it would make her sad to see all the hustle silenced down to specks of dust and wasted dreams.

Hana was getting closer to her old home, and she often had to stop to reconsider her decisions. The town had begun to reveal itself to the returning dweller, and Hana was nauseous as she glimpsed at the red roof with fading colors on the highest ground of the town. The signpost read the town’s name in light paint that was barely visible with the time’s passage. Hana stood uncomfortable below the signpost. It creaked slightly when Hana leaned her arm against it. It felt like it was going to topple over in any second. It was pretty strong years ago, though. Dad had kissed them on their cheeks, at that very spot, with high hopes of finding a better opportunity in the city. He had a brand new hat and suit that matched the color of his tie. He was smartly gelled, shaved and brushed. Mom had wiped his shoes bits to bits the previous night, that it glistened under the sun as he took a step further away from the town. He said in a bright, hopeful tone that he would write them every day, and take them to the city as soon as possible. Hana was never sure when that ‘soon’ was, but she waited. Mom read his letters to them in their bed every day, and Rosie drew petunias, Mom’s lemon pound cakes and Hana’s mufflers- everything she could find. Dad said he missed home, and Rosie wanted to send him home. The letters stopped arriving; in the end, he did return, but simply as a news that travelled all the way to the small, old town.

Hana stepped into the town. The town was now a barren wasteland, with no life evident on the streets. Not even the rats that lived in the sewers peeked into the daylight. Hana disliked the silence that filled up every corner of the town. Just years ago Hana heard a cacophony of high and low-pitched voices rising from every visible parts of the streets. The silence in the town made Hana wince at the disparity it had caused. Only her footsteps echoed back to her. Only the streets and the shrubs that grew by the paths welcomed the time’s waters, and what stayed were the vestiges of unfulfilled yearnings. Hana passed by Mrs. Whittaker’s bakery, where Rosie saved her nickels in a jar to buy her favorite raspberry tarts. Hana remembered gardener Joe, whose wife Mary was a florist who lovingly handed Rosie a rose or a daisy. Rosie had taped a fallen petal onto the letter she wrote to Hana that day, and Hana was sure that letter was somewhere in the box, though the petal would have dried and withered. That day Mary had told Rosie about Provence’s lavender fields where waves of purple stretched till the horizon that even the sunlight looked purple. Rosie scribbled her letter in purple, and said she would ask Dad to take them all to see the purple sun, when he came back. Hana recalled not being able to write about the lavenders, because she knew Dad would never return, and there would be no one to take them to Provence. She only said someday they would get there. Soon, someday, one day. These words held meaningless promises of reunion that no one kept.

Hana walked past the houses that no one resided in anymore, and stood before the familiar red-roofed house with ivies invading every hole between the bricks on the wall. She hesitated for a good amount of time, nearly turning her footsteps twice. The letter in her bag held her back every time; it seemed to call her back home, a home that was no longer home. She walked, into the doorsteps that she had promised herself she would never return. She had watched the departure through the very doorstep she had just passed, and she had to frown to stop herself from crying. Hana walked through the hallways; the air reeked of old wood, and it felt stale, as if from another era. Hana imagined Rosie sitting by the fireplace, writing her letters with terrible, squiggly letters. She walked by the grandfather clock, which that stopped ticking ages ago, and climbed the spiral stairs slowly, pressing her foot onto each step she made. Somehow her heart felt fleeting and wandering- lost. She stopped before Mom’s room. Hana had expected her room to be locked, just like the day she left the house, but it was open. The doorknob felt hot in her palms. When she stepped into Mom’s room, a faint stench of alcohol brushed her nose. Alcohol bottles were strewn on the floor haphazardly. Hana took a step back and held her breath. The day Dad’s letters stopped arriving, Mom locked herself in her room, and refused to come out. She could never take it well, because she became utterly cold when Dad was mentioned, and Hana understood. It was never easy to let love hide from your sight. Hana prepared all the meals and left the trays outside her room, and only occasionally were they emptied. She slipped letters through the small space below the door, but the letters were always unanswered.

Hana sat on Mom’s bed, and dust rose into the mid air like snowflakes. Something rustled beneath her old bedsheet, and Hana uncovered some unwritten, some unfinished letters beneath it. Some simply had Dear Rosie or Dear Hana; some had two lines, and some had none. Some was just signed off, With all my heart. One, buried deep under the pillow, was dated back to days after Hana had left: it said sorry. She wondered what Mom had been thinking all those years, locking herself up in solitude, refusing to let anyone into her own space. Until the very last moments in her house, Hana didn’t get to see Mom. Did she leave the house in the end? Hana didn’t expect Mom to find her. Hana closed her eyes and took a deep breath; the faint stench of alcohol floated in the air. The day Rosie caught a bad cold, Hana had knocked onto Mom’s door, telling her that they needed to bring her to the doctor. It was the worst winter they had experienced in years, and the blizzard was devouring everything into its bleak white gulf. Hana was pretty sure Mom had heard it, because she heard rustling inside her room. Hana fed Rosie a spoonful of old cold syrup and a lemon drop, and told her bedtime stories until she fell asleep, cocooned in Hana’s embrace. In the morning Rosie’s fever worsened, and so did the blizzard. Nothing could be seen beyond the porch, and at least, Hana then thought, with Mom’s car, they could drive Rosie to Mr. Williams’s, the town doctor. The knocks turned into desperate bangs, and echoes that returned to Hana unanswered. Hana stood up and walked over to the door. She ran her fingers against the door, and imagined what Mom could have thought then, when Hana cried for help. Help, Mom, Hana whispered. Her voice escaped her throat as a thin whisper, still an unanswered echo.

Hana clutched the letters in one hand- she could only guess now what those letters meant to say, but she wished Mom had finished writing those letters and opened her door on that day, few years back. Hana held the doorknob and collapsed to the floor, just like the day she fell, on the other side of the door. She had screamed that she would wait for Mom to come out and take care of them. She cried all night that day, and she did check on Rosie once in awhile, but when she returned to Mom’s room, she fell asleep by her locked door. Hana was barely fourteen, and Mom was just very sad. That night the blizzard wrapped its hands around every household, breathing onto the roofs and engulfing all presence of warmth. And Rosie was very, very sick. Hana cried, recalling all her last moments in this lonely home. Winter put everyone into a long sleep, and it was as if Hana was the only one awake amid the cold snowstorm. As soon as the winter ended that year, Hana ran away from home, cursing that she would never return. Now she wasn’t sure if it was anyone’s fault, but even when she was away from home, she often thought of home. She thought of Dad staying home, in his humble pajamas instead of smart suit, and she thought of Mom opening her doors wide, and thought of herself and Rosie running into her embrace, with her arms enfolding around her mother’s waist. She thought of her sister running in the wheat field, her gold locks dancing in the air as the sun splashed its lights onto them. This, she thought as she held the old rusty doorknob and opened it, this is where it ends. Hana carefully unzipped her bag and opened her diary, gingerly slipping the envelope from the pages of her diary. She tore it slightly, and opened the envelope. A small, colored paper fell from the envelope.

Dorothy walked along the yellow bricks to find her home. If all the paths Hana walked were the yellow bricks, where was her home? Hana unfolded the colored paper that fell from the envelope. Inside was a drawing, carefully decorated and colored with crayons, of Mom, Dad, Rosie and Hana by their red-roofed house. They were all smiling and holding one another’s hands, looking very, very happy. On the back Rosie had written: Hana, this is a present for you! I hope everyone comes back soon and we’ll all be happy together. Home, home, where everything was alive. Hana held the drawing close to her chest. She could almost feel the slightest sentiment of warmth lingering on the paper. As Hana held the letter close to her; she tried to imagine Rosie speaking to her about their beautiful red-roofed home with Mom baking cakes and tarts every weekend and Dad reading them books. She reminisced them sitting by the fireplace with hot chocolate in their hands, speaking of all the small sparkling things that happened in their lives. She recalled all the letters they shared overnight, reading and reading them as the night deepened. All the days and nights where they spoke of hope. Hana thought about the day Dad left and when only his brand new silk hat returned, and when Mom started building her own solitary cave. Hana stood outside her door, speaking to the door that never answered back, Then she remembered the pile of letters in Mom’s room, her unwritten letters of apology. Hana could almost see the hesitant fingers hovering above the empty papers, chasing the time that had already passed by her, leaving ink blotches on the bed. The thousands of unspoken, untouched words that finally echoed back to Hana’s unanswered letters. For all these time Hana had been running away from home, chased by the ghost of the past. And when she finally turned around after years and years, the ghost was nowhere to be seen. Hana wished she had stopped halfway to turn around earlier.

Hana turned to the final station of her destination. She stood by the door that led to Rosie’s room and held her drawing close to her palms. The room smelled of old vanilla and lavender, two of Rosie’s favorites. The room was still and preserved, as if time hasn’t resided in that room since Rosie left Hana. It was exactly like the day Hana left, with Rosie’s box of crayons still by the corner of the room and her wooden horse on the other side, gently moving from side to side as wind blew. It felt as if Rosie was waiting for her the entire time, throughout the years that passed and Hana yet distant from home until the very moment Hana stepped into the doorsteps of her room. Hana stood in the middle of the room, and each step she took creaked from beneath the wooden floor. Hana took a deep breath as she held the drawing even closer to her palms. Rosie, Hana spoke. Her voice echoed in the room; a summer breeze tickled her cheeks, as if Rosie was answering to her calls. Hana closed her eyes as the breeze brushed against her eyelashes. I’ve finally come home.

고민이 있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난 고민이 있으면 스스로 잘 해결하곤 했다. 정말 기억도 안 날 때부터, 조언을 구하긴 해도 마지막에는 언제나 본인이 해결하는 식이었다. 부모님도 어느 정도 선에서 말을 아끼시는 분들이라 나도 자연스레 ‘내 무덤 파는 일’을 피하자-라고 느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커서 고민의 스케일이 커질 때 쯤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으면 그 날 하루는 생각에 잠겨 보내곤 한다. 그러다 울적해지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정처없이 길을 헤매거나, 외딴 곳에 홀로 앉아 울거나 생각하거나,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집에 들어 와 평소처럼 생활하곤 한다. 지인은 이것을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 한다. 독단적으로 해결을 하려는 마음은 좋지만 해결하려는 일이 자신의 손을 벗어날 때 본인이 그것을 자각하면 한없이 나약해지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큰 방황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나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해, 내 손을 벗어난 문제였다.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 그때 처음으로, 두 시간 동안 특정한 목적지 없이 돌아 다녔다. 집에 돌아 올 무렵 기분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사실 그때도 특정한 이유랄건 없었다. 나는 의외로 주위에서 눈치채는 것이 많아,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 신경을 쏟아붓다 보니 항상 지쳐있다. 그렇게 모든 것에 의미를 두고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본인의 생각에 잡아먹히고 만 것이다. 생각은 힘이다- 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커서, 그것이 이롭든 해롭든,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곱씹으면 해결책은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 해결책이 낳을 대가는 보장 못하지만.

근황을 얘기하자면 나는 지금 심각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종이나 연필에 손만 대면 원하던 글이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반 년째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앉아서 쓸 수 있는 글의 양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진로를 생각해봐야 할 시기에 글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는 것은 좋지 못한 소식이다. 써둔 것도 없어서 나름 고민 중이다. 요즘 머리에 든게 많아서인가- 왠지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괴롭다. 애초에 나는 ‘목적’이라는 것이 없으면 의욕을 상실한다. 한 해 계획을 세울 때도 크고 두루뭉실한 계획보단 일 년 내내 이룰 때마다 나를 즐겁게 해줄 작은 계획 여러개를 세워놓곤 한다. 그러다 하나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자책한다. 변명을 해보자면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건설적인 사람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획적이긴 해도 계획이 없어지면 무너지는 사람이다. 본인의 책임감에 얽매여 사는 사람에게 목적은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그게 없어진 지금 꽤나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8살에 대한 고찰

Today’s Recommendation: Sergei Rachmaninoff – 18th Variation from Rhapsody on the theme of Paganini

예전에, 그러니까 몸이 성할 때에는, 숨이 탁 막힐 정도로 달려본 적이 있다. 다리가 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만큼 달리면, 머릿속은 어째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내 볼을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듯한 느낌으로 몸이 가벼워진다. 그 가벼움에 중독되어 달리다보면, 어느새 출발했던 곳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어져 있다. 몸이 성치 않은 지금은, 이런 꿈들을 자주 꾼다. 이것은 내가 소설에 자주 등장시키는 것이기도 한데, 아득하고 그리운, 그런 포근한 느낌을 품고 있는 것이다. 물에 가라앉는 꿈을 꾼다. 몸을 던졌던 물의 수면은 눈 앞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쪽빛을 머금은 파도에 감싸져 가라앉는다. 그리고 또 다시 장면은 바뀐다. 나는 왜인지 드넓은 공터같은 곳에 홀로 서 있고, 쭉 뻗은 길 앞에는 큰 나무가 있다. 바람은 불고 있고, 나뭇잎은 떨어지는데, 그저 바라보는 것 마저 벅찬 느낌이었다. 느긋하고 나른해서, 아무 생각도 않은 채 내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그저 내 자신을 맡기기만 하는게,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그냥 쉬고 싶다. 그냥 몸만 쉬는게 아닌, 모든 인간 관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나는 관계의 무게를 파악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떠안으려고만 했다. 우리 모두에게 가치의 정의란 다르기에 그것을 모두 받아 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유지시키는건 생각보다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고, 내가 그 관계에서 비롯한 감정을 떠안을 수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18살이나 됐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나는 여전히 너무 어리고 무지하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넘쳐 흐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체하지 못해 끝내 마음 속에서 터져버리는 것을 막지 못한다. 사람들은 벽에 몸을 부딪혀 깨부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왜 모를까, 결국 부숴지는 것은, 벽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난 계속 꿈을 꾸고 싶어한다. 그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에 눈을 감아버리면, 이런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니까. 18살. 생각보다 할 일은 너무 많고, 생각보다 생각해야 할 것은 너무 많다.

Adieu,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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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ending 2015 with a short recount I wrote days ago. All I can say about 2015 is that it has been an utterly unfruitful year; I don’t recall myself writing or doing anything productive. I was lost several times this year, swimming in my own pool of misery which, fortunately I have escaped from. I met new people whom I am glad that I have them around me. I hope the following year would be a better one, not just for me, but for everyone who is lost and I hope that their uncertainty would unravel, guiding them to their paths. (And this year I hope, hope, hope that I will keep my resolution and finish writing the diary I buy every year, because each time I buy a diary at the end of the year, I never finish it beyond five solid pages.)

어렸을 때는 고등학생이 되면 뭐든지 잘 해내고 미래를 멋지게 설계할 줄 알았다. 그때와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덧없는 세월의 속도에 감탄한 채 그저 과거에 허우적대고 있을 뿐이다. (한국 나이로) 열여덟이라니, 이 사실을 되뇌이는 본인조차 감탄하게 만들고 만다. 2015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다시는 볼 줄 몰랐던 방랑자를, 몸과 마음이 너덜해진 채 재회하고, 내 손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오래된 인연을 끊고, 사람들 사이에 치인 기억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제와서 되돌아보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2014년 이맘때쯤보다 성장했길 바라며, 2016년도 멋지게 헤쳐나가길 바란다.

추신. 올해는 기회가 된다면 전래동화 각색도, 동화 책 일러스트도, 장편 소설도 써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야겠다.

Music recommendation: Merry Christmas, Mr Laurence- Ryuichi Sakam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