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리

사람을 알게 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유효기간이 있는 듯하다. 어딜 가든 사람들을 만나고, 어느 하루가 되었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 그 사이에 오가는 것은 무척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어떤 형식을 통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정말 값진 행위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마음의 거리가 가깝다면,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그 시간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지만, 시간과 관계 없이 일단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나누고 주위 사람들과의 벽을 허물어간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내게 작은 조각들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마치 바닷가의 조개껍질 같아서, 작은 해변을 이루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가져오는 세상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덜 편협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된다.

때로는 그 조각들이 다른 형태를 갖추어 나타날 때가 있다. 어느 관계는 그저 겉에서 맴도는 것과 같은, 얕은 관계지만 어쩔 때는 내가 모르는 사이 그것은 깊게 스며든다. 마음의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니, 그것이 다른 조각들보다 깊게 뿌리내려 마음 한 구석에 슬그머니 자리잡아도 난 결코 모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을 그만큼 깊게 알게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일뿐더러, 흔들리는 배를 붙잡아줄 닻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먹는다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이국적인 음식, 처음 듣는 취향의 음악이나 좋아한다던 감독의 영화라던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된다. 사소하지만 단순히 그 사람을 ‘아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것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그 감정은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을 보고 닻을 내릴 수도 있고, 옷 입는 취향을 보고 움찔하는 것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그 사람은 어쩌면 나른한 일요일 오후의 단잠을 즐기고 간단한 요리는 뚝딱 만드는 재주를 가졌을지도 모르며, 특정 옷을 입는 것을 고집하며 옷장에 그러한 옷들이 나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까닭에 여러가지 일에 능할 수도 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과목에 흥미를 보일 수도 있다. 난 이런 걸 알게 된다. 그 사람은 자신이 즐겨듣는 노래나 짙은 녹색 계열의 색깔을 못 본다는 것,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등 소소한 꿈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난 이러한 것들이 조금 신비로우면서도 무섭다고 생각한다. 사람 관계라는 것은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은 이상 결코 영원하다고 할 수 없다. 짧거나 길거나, 모두 지나가는 낙엽마냥 스쳐가는 인연이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고, 더욱 애틋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끊는다는 건 마치 해변가에서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모래 틈새로 조개껍질이나 이따금 유리 조각 같은 흔적을 남겨둔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밀물이 나가고 나면 그곳에는 거대한 공허함이 남는다. 썰물을 쫓으려 드는 것도 의미 없다. 흐르는 물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으니 떠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난 이따금 그 가수가 새로 발표한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하고, 자주 가던 카페의 새 메뉴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애초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다분히 부질없지만, 그것이 관계를 맺고 끊음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썰물이 빠져나가면 발가락 끝을 간질이는 조개껍질의 존재를 느끼며 그곳에 잠시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채 깨지 않은 단꿈에 머물러 쉬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꿈이니, 결국은 깰 수밖에.

마음의 거리라는 시는 쓴지 족히 몇 달은 된 글인데, 개인을 위한 선물이었기에 딱히 이곳에 기재할 생각은 없었으나 (사실 까먹고 있기도 했다) 그 남은 조개껍질을 밀려오는 파도에 쓸어버리기 위해, 라고 할까- 그러고자 내 일기장 같은 이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다. 그 의미는 퇴색되었으나 기억만큼은 그곳에 있으니 지나가버린 파도를 추억하고자 꺼낼 수 있다. 썰물이 지나간 해변가에는 정적과 공백이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다른 파도가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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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곡: 불꽃심장- 그래도 넌 나를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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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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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시를 언제 썼는지 전혀 모르겠다. 날짜상으로는 꽤나 한참 전에 쓴듯 한데, 나는 전혀 이 시를 쓴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하도 글을 안 써서 예전 글이나 구경하려고 폴더를 열었는데, 이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낯부끄러운 시를 썼는지, 어지간히 새벽녘에 슬픈 영화를 잔뜩 보고 쓴 듯 하다… 물론 기억은 안 나지만. 저때나 지금이나 사랑이라는 개념은 내게 꽤나 생소하다. 애초에 그 분야에 대해 견해가 없어 딱히 뭐라 정의할 수는 없겠지- 물론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나는 많은 것을 사랑한다.

비 오는 날 눈 한 구석에서 일렁이는 램프의 주황빛 불빛을 사랑한다. 난 뼈처럼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 걸터앉아 있는 달을 사랑하고, 야식을 사들고 가는 덜컹이는 버스의 창가 자리를 사랑한다. 난 지나간 시간을 사랑한다. 기억 저편에 달짝지근한 향내를 풍기는 옛날의 모습과 생각들은, 지금의 내가 힘들고 지칠 때 하나씩 꺼내어 곱씹어 보면 힘을 준다. 난 한 발자국이면 닿을 거리를 사랑한다. 해가 너울너울 저무는 느즈막한 시간에 천천히 발바닥에 힘을 주어 가는 길, 그리운 것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가는 길, 한 발자국 내딛으면 닿을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나른한 여름날에 눈 앞에 아른거리는 맛있는 상상을 사랑한다. 달디 단 생각을 하는 건 마음을 배부르게 한다. 그것도 사랑한다. 난 가까운 것들을 사랑한다. 멀리 있는 것은 마음이 달려가기에 너무 힘이 든다. 가까이 울리는 것-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도, 찬 바람에 뺨을 스치는 머리카락도, 손끝이 닿는 햇살도 사랑한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은 잘 모르겠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아예 하고 싶지 않은지조차 모르겠다. 난 아직 열아홉이고, 아직 날은 많이 남았다. 그래서 사랑이 뭔지 짐작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마음의 짐이고, 그것이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우물과도 같아서 우물이 바닥을 보이도록 물을 퍼주면 이내 마음이 메말라버리게 된다. 우물의 물은 퍼준대로 받아야 한다- 라고 대충 공식을 짜내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알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난 그저 짐작만 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정의를 내려버리면 그에 따른 모든 것들도 내 책임이 되어버리니까, 그 짐을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날은 많이 남았다.

We Could Always Go Home

I somehow wish it was constantly raining. I love every aspect of it: the cold, sodden air wrapping against every exposed skin, the sound of water pattering against window panes, the softened dissonance under the world engulfed by raindrops. The mood- the ‘rainy day mood’ feels different too. Just imagine it: it is raining- the world is dark and sinking under raindrops- or concealed tears, and a single lamplight flickers in your room. It is very quiet, and you turn on the music, its muffled lyrics roaming soothingly by your ears… Well, I can’t hope much for Singapore for now- every day is a continuum of scorching sun and dry air, that I can barely breathe outside.

Today’s Recommendation: Maurice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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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역시 이번 주는 힘들었던 것 같아.

이상하게 정신적으로 채찍질을 당하면 글이 잘 써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고전문학 중에서 유배지에서 쓴 글이 많은 것은. 이번주는 너무나도 힘들어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지나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없이 적어서, 가끔은 나의 무능력함에 자괴감을 느낀다. 지금은 대인관계, 학업, 심지어 글마저 내 숨통을 조여와, 가끔은 그저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쓴 <아무도 모르는>은, 나의 오랜 염원이자 아마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을 향한 나의 미련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쓴 <개구리 왈츠>는 쓰다 내팽개쳐버린 소설 원고에서 따온 제목이다. 미숙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가 품은 문제와 상황을 이겨내는 내용인데, 사실 제목을 그렇게 지은 건 별 이유 아니다. 그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쓴 것 뿐. 이렇게나마 글로 생각을 옮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상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댈 바에야, 차라리 아무도 읽지 않는 곳에 내 생각을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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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tion of Dreams

I am going to a concert on the 31st- Rachmaninov’s piano concerto no.2! Earlier that day I am playing for a charity performance which involves Korean students to play music for elderly people. It is going to be a pretty hectic, and yet musical day. I am very, extremely excited for the piano concerto, needless to say, because it has been my dream to listen it to live (and I failed to buy the tickets earlier in the year when they had another concert)

Today’s Recommendation: Ravel – Miroirs (1905) – Une barque sur l’océ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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