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사랑했다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어떨 때는 그늘밤 아래 나누던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를 밤새 곱씹기도 하며 돌아가기를 원했고, 어떨 때는 마냥 발걸음이 닿는대로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햇살이 손바닥으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른한 낮에 나와 마음이 망아지마냥 마구 날뛰어도,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도 햇빛은 사방으로, 그리고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니 막아질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늘을 쫓아다녔다. 나뭇잎 아래, 그 조그마한- 어쩌면 손바닥보다도 작을 그 작은 쉼터에서 숨을 돌렸다. 그늘은 많은 말을 속삭이지는 않았지만, 이따금 여름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바람으로 옷 끝에 드러난 목덜미를 간질이거나, 해가 무릇 지고 달이 다시금 찾아왔을 때 온 세상을 끌어안고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언제고 조용히, 눈을 떠보면 옆에 있었다. 그러니 그늘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불가항력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버드나무 아래서는 그 사이에 지는 얼룩진 햇빛을 보며 마냥 머물라며 이야기 하고 싶었고, 잠 못 드는 밤에 창문을 열어놓을 테니 바람으로 불어와 달라고 하고 싶었다. 무르지 않은 부드러움, 그것이 좋았다. 나는 그의 모든 그늘을 사랑했다.


간만에 어쩐지 소설다운 글을 써본 것 같다. 근래에는 일이 많아서 한시도 한 숨 돌릴 새가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살고 있다- 하고 절절히 깨달았을 때가 없다. 요즘은 혼자 서기를 배우고 있다.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이 세상에 내던져졌으니 바닥에 기더라도 움직이는 것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냥 추상적으로 들리더라도 이것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너무 많은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눈길을 돌리면 너울너울 지고 있는 해가 보인다. 뛰는 새 뺨을 스치는 바람이, 이른 아침 방을 한 가득 채우는 빛이, 새벽에 연결음이 끊기고 들리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돌아가기를 원해도 아득한 미래를 걷고 있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늘이 있다. 그늘을 사랑했으니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위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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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날 이야기

지나간 시간의 기록을 보는 건 언제든 재미 있다고 생각한다. 난 예전에 일기를 꽤나 자세하게 썼는데, 누구와 뭘 했고 어딜 갔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세세하게 적곤 했다. 그날 하루 좋아하는 남자애한테서 종이 학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그날 과학 보충 수업이 끝나고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이 어땠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본 강아지가 매우 귀여웠다던지 하는… 하루하루 매 순간 일어나는 일을 정말 빠짐없이 썼는데, 이건 마치 약간의 강박증과도 같아서, 그 순간을 이루는 작은 디테일이라도 빼놓으면 어쩐지 내내 찝찝한 느낌이다. 예전에 가족끼리 여행을 꽤나 자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여행을 다니며 있었던 일을 기록하라며 공책 하나를 줬었다. 파란 배경의 스누피 그림이 귀여웠던- 그럴 때면 모든 것을 적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간 곳, 느낀 것 하나하나 모두 적곤 했다. 좋았던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정말 괴롭다.

그러니까 난 순간을 기록하는 게 좋다. 그게 사진을 찍던,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던, 글을 적던, 순간의 반짝임을 기억 속에 담는 게 좋다. 그것이 설령 마냥 말랑말랑하고 예쁜 그림이 아니더라도 연필 꾹꾹 눌러 적는 글이 좋다. 어제의 일들을 잊어, 라고 말하기엔 난 모든 순간의, 실수투성이 헛점 가득한 내가 좋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는 것이 재미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난 오늘 아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옛 학교를 방문했다. 내가 숨쉬고 매일 뛰어왔던 복도를 거닐며 난 향수에 잠겨 옛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학생들이 오고 간 흔적이 남아 있는 빈 복도는 아주 조용했고, 이야기에는 기억이 실려 구석구석 울려퍼졌다. 너무 궁지에 몰릴 땐 한 구석에서  사탕 하나 손에 쥔 채 숨죽여 울고, 한때 학년 차석을 차지할 정도로 수학을 (지금의 나로서도 매우 의외지만) 정말 잘했고, 모 도넛 브랜드와 흡사한 교복에 대해 투덜대던 그 시절의 나를 생각했다. 난 그 시절 꼭대기 층에 서서 언젠가는 숨막히는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3년 뒤 같은 곳에 다시 서서 나를 마주볼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내 옛날 이야기를 알아볼 누군가가 있었을까.

난 그저 일개 사람이기 때문에 내게 있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할 수 없다. 내게 모진 말을 내뱉고, 그날의 기분을 잡초마냥 짓밟은 사람이라도 어쩌면 무릇 잊혀질지도 모른다. 난 정말 잡초 같아서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말보다, 며칠 전 엄마가 해준 정말 맛있었던 햄과 치즈 토스트가 더 기억에 남는다. 엄마한테 다시 해달라고 해야지, 라는 것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단순한 사람이라서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망각이라는 것은 어쩌면 기억의 동반자 같은 것이라, 좋지 못한 꿈을 꿀 때 눈을 감겨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난 오늘 하루의 노을 색깔을 기억할 것이다. 여름 그 중간에서, 남색 끝자락에 햇빛이 따뜻한 선홍빛과 산뜻한 주홍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그 사이로 비행운이 지나가는 것을 두고두고, 달콤한 사탕 같은 것을 입에 오래 오물거리고 있듯 곱씹을지도 모른다. 친구의 노랫소리 같은 목소리와, 열 다섯의 나와 마주했던 자리, 그리고 그 노을. 그 세 가지를 오래오래, 기억하겠지.

오늘 집에 올 때쯤에는 뉘엿 지던 해가 완연히 저물고, 밤을 비추는 빛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있었다. 난 노래를 들으며 그 아래서 춤을 출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발걸음 하나를 가볍게 움직이고, 노랫소리를 읊조리며.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기억해 마땅한 하루. 난 기억의 옷깃만 만져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다. 옷깃, 그 자락 하나로 충분하다. 전체를 볼 방법이 없으니, 늘 전체의 일부만 어렴풋이 볼뿐이다. 그 옷깃에 스며든 쪽빛, 그 기억 사이로. 어차피 평생 진리의 조각만 찾아다니는 삶이니,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시간이 흐른 언젠간, 이 순간조차 나의 옛날 이야기가 되어 난 이 글을 읽으며, 이때를 회상할 것이다.

오늘의 추천 곡: 아이유 (원곡 이상은)- 비밀의 화원


추신. 요즘 본업인 소설보다 수필 같은 글을 조금 더 많이 적는 것 같아서 약간의 위기감도 들기 시작했다. 약간 생각의 흐름 같은 글이랄까. 시작해놓은 장편 소설은 4부만 남겨둔 채 끝내지 못한 상태니까… 하지만 뭐 어때.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싱가폴은 365일 덥지만 난 워낙 추위를 잘 타서 싱가폴의 날씨가 퍽 몸에 맞았는데, 요 근래는 그런 내게도 녹아 흐를 것 같이 더웠다. 그렇지만 8월에 접어들며 저녁에는 조금 시원한 바람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도 정말로 (개학이 내일인지라) 절절히 와닿고, 나도 많이 자랐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다. 생명 하나하나가 뜨겁게 불타고 모든 에너지가 불빛마냥 휘몰아치는 여름은 이제 조금 식었다. 그 불꽃들은 점차 사그라지고, 차분해져서 더욱 견고한 무언가로 거듭난다. 사실 이번 방학은 정말 재미 있게 보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이든 (좋은 쪽이로든 나쁜 쪽이로든…) 나름의 성장을 한 것 같다. 이제 두 달이 있으면 정말로 난 성인이 되는데 그간 내가 이런 어른이 되어도 되는 걸까- 하며 초조해 했다면 지금은 이대로 주욱 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비의 의미로 나에 대한 몇 가지를 끄적여 볼까 한다.

1. 난 버스 타는 것을 꽤나 좋아해서 전철과 버스 중 고르라면 무조건 후자다. 난 특히나 버스에서의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그것도 느즈막한 오후에 여유로이 음악을 들으며 가는 길이라면 더더욱.

2. 늦은 밤에 배에 배게 하나를 깔고 엎드려 누워 음악을 들으며 쓰는 글보다 더 잘 써질 때는 없다. 가끔은 소리에 심취해 글 쓰는 것조차 잊고 눈을 감아버릴 때도 있지만.

3. 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있으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다. 일주일 넘게 혼자 있어도 끄덕없다.

4. 어렸을 적에 엄마가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보름달이 보일 때마다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곤 했는데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지금도 이따금 소원을 빈다.

5. 첫인상이 유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인데, 그 평은 얼마 안 지나 (많이) 바뀌곤 한다.

6. 난 꿈을 조금 다이나믹하게 꾸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꿈, 도망치는 꿈, 이렇게 단편적인 내용이라면 난 수녀원에 갖혀 그 중에 스파이가 되어 탈출하는 꿈이라든지 독일군이 부활해 나라를 습격해 폐허가 된 도시를 누비는 꿈이라든지 (둘 다 실제로 꾼 꿈들이다) 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영화 뺨치는 꿈을 자주 꾼다. 꿈도 작가빨 받는 걸까, 라고 누군가 말했다.

7. 어딘가에서 사오는 군것질거리는 무조건 집에 갈 때까지 기다렸다 (화장을 지우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등등) 최상의 편한 상태에서 먹어야 한다.

8. 생 굴을 못 먹는다. 곱창도. 둘 다 먹고 크게 탈이 난 적이 있다. 뭐랄까, 맛보다는 사실 그 기억 때문에 못 먹는 것 같기도.

9. 난 내 인생에 후회 한 점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건 그 이후에 자기 합리화를 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나가고 나서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버리니 안타까워할 틈이 없다. 실제로 지나간 일을 붙들고 있지 않는다. 나도 사람이니 ‘아, 이건 이럴걸’, ‘이랬어야 했어’ 라고 아예 안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때의 내가 최선의 선택을 했었다고 생각하니 괜찮다. 이 방법은 꽤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10. 행동력이 뛰어나다- 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주로 내가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듣는 소리인데, 누군가에게 마음을 못 전해서 답답한 느낌은 질색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하는 편이라서 그렇다.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더 싫은 느낌은 없다. 친구들은 이걸 대단하다고 하는데, 별로 부러워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1. 단 걸 정말 좋아한다. 오늘만 해도 작은 하겐다즈 바만 3개 먹은 것 같다.

12.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문자보다는 연필 꾹꾹 눌러 쓴 글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그런 것을 대체할 낭만이 별로 없지 않나 싶다.

13. 에세이 쓰는 건 꽤 재미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공식 넣어서 푸는 문제 같은 건 정말 싫다. 그건 이해가 가거나 안 가거나 둘 중에 하나니까. 주로 난 후자라서 그럴지도. 다시 태어나도 이과는 정말 못할 것 같다.

14. 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이라서 아침 산책을 하다 맡아지는 이불 빨래 냄새에도 그날 하루 기분이 쭉 좋아질 수 있다.

15. 과거의 일들을 제 3인칭으로 상상할 때가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썩 맞는 말 같다.

16. 본업으로 작가는 못할지도.

17.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대답할 수 없다. 때마다 다르니까. 난 먹는 걸 좋아해서 생 굴이나 곱창 빼고는 다 먹는다. 지금 먹고 싶은 건 닭강정.

18. 우리 가족은 금요일 밤마다 모여서 영화를 본다. (안 볼 때도 있다) 난 주로 그때 먹을 간식을 사오는 역할이다.

19. 난 일본 작가가 쓴 책을 좋아한다. 일본 작가 특유의 잔잔하고 간결한 필체가 좋아서 자주 찾는 편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 마찬가지로 일본 영화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배우는 우에노 주리. 영화는 다양하게 보는 편인데, 유머코드가 확실한 영화도, 감정이 절절하게 흐르는 영화도, 시종일관 큰 변화 없이 잔잔한 영화도 좋다.

21. 뮤지컬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쓴 돈만 600불이 넘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싱가폴에서 한 오페라의 유령 중 팬텀 역 배우의 개인 공연에도 갔었다. 당시 뮤지컬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던 선생님 덕분에 캐스트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22. 언젠가는 슬로우 댄스를 춰보고 싶다.

23. 편지를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오늘의 추천 곡: 잔나비-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생각해보니까 예전에는 클래식 위주로 추천을 했었는데 요즘은 듣는 게 달라지다 보니까 다양하게 고려하게 된다. 음…)

 

여유가 있다는 것

사람에게 여유가 있다는 것은 일종의 마법 주문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으면 생각에 제한이 없고, 행동에 언제든 브레이크를 걸 수 있거나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보통 사람들은 일에 치이거나 할 일이 많아 숨 고를 틈이 없을 때 여유가 없다고 하고 정말 할 일이 없을 정도로 무료하고 나른할 때 여유가 돈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여유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할 일이 없거나 내 일상을 가득히 채우던 것의 부재가 느껴질 때쯤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 여유만은 여유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긴장감과 불안에 휩싸여 잔뜩 날이 선 마음이 서서히 풀어져야 여유다.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한 발짝 물러서서 주위를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정으로 여유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야망차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나도 여유롭다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오늘 느즈막한 오후에 비빔 국수를 먹으면서 여유롭다, 라고 느꼈을뿐. 애초에 단순히 바쁘던 일상이 잠시 느슨해졌다고 해서 여유롭다는 건 어쩌면 궤변일지도 모른다. 그건 말 그대로 휴식일뿐, 마음을 집어삼키는 무언가가 잠시 물러났을뿐 그 무언가를 장악했다는 뜻은 아니니까. 단순히 할 일 없이 느긋하다고 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말로 바쁨이 없어졌음에 안도하여 여유가 생겼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여유가 진정 바쁠 때도 지속될 때다. 내가 돛단배라면 주위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노를 저을 수 있을 때, 그 안정감이 여유다.

난 조금씩 여유를 가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오늘 난 (고3인 게 무색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산책을 하며 진짜 아침 냄새가 뭔지 알았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갓 내놓은 이불의 냄새, 수영장에 물이 일렁일 때 나는 냄새, 주위에서 잔뜩 풍겨오는 풀내음. 왠지 여유가 생기면 평소에 눈에 익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령 그간 빨랫더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화분이라던지, 해가 너울거릴 때 베갯잇에 잔뜩 고인 햇빛이라던지. 조개껍질로 만든 청빛 장식이 오후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흔들거리며 울리는 소리라던가, 일기장에 어지럽게 끄적여놓은 글이나 낙서도. 그리고 이런 한가로운 오후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모든 걸 필름 카메라로 담아낼 수 있는 시간. 진짜 여유는 이런 것들에 묻어나오는 것 같다. 더 이상 무서워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후회 없이 담아내는 능력.

사실 조금 속 편한 얘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해야할 것이 없는 건 아니다. (라고 변명해 본다) 오히려 더욱 빨리 달려야 하지만 지난 몇 주는 정말 골 아픈 일을 겪었고 이제서야 잘 추스른 것이다. 이제 난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기다림에 있어 불안해 하지 않고, 손길 하나에 망설일 일 없다. 생각을 하면 바로 글로 옮겨 적을 수 있고, 가고자 하는 곳은, 발 닿는 곳이라면 언제든 주저않고 갈 수 있다. 사람이 언제나 괜찮기는 어렵지만 이런저런 일들 사이 이러한 재충전의 시간이 있어야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제 갈 길 갈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보다 더 골 아프고 더욱 바쁜 일들이 가득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난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나마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까.

 

마음의 거리

사람을 알게 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유효기간이 있는 듯하다. 어딜 가든 사람들을 만나고, 어느 하루가 되었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 그 사이에 오가는 것은 무척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어떤 형식을 통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정말 값진 행위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마음의 거리가 가깝다면,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그 시간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지만, 시간과 관계 없이 일단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나누고 주위 사람들과의 벽을 허물어간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내게 작은 조각들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마치 바닷가의 조개껍질 같아서, 작은 해변을 이루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가져오는 세상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덜 편협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된다.

때로는 그 조각들이 다른 형태를 갖추어 나타날 때가 있다. 어느 관계는 그저 겉에서 맴도는 것과 같은, 얕은 관계지만 어쩔 때는 내가 모르는 사이 그것은 깊게 스며든다. 마음의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니, 그것이 다른 조각들보다 깊게 뿌리내려 마음 한 구석에 슬그머니 자리잡아도 난 결코 모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을 그만큼 깊게 알게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일뿐더러, 흔들리는 배를 붙잡아줄 닻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먹는다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이국적인 음식, 처음 듣는 취향의 음악이나 좋아한다던 감독의 영화라던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된다. 사소하지만 단순히 그 사람을 ‘아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것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그 감정은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을 보고 닻을 내릴 수도 있고, 옷 입는 취향을 보고 움찔하는 것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그 사람은 어쩌면 나른한 일요일 오후의 단잠을 즐기고 간단한 요리는 뚝딱 만드는 재주를 가졌을지도 모르며, 특정 옷을 입는 것을 고집하며 옷장에 그러한 옷들이 나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까닭에 여러가지 일에 능할 수도 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과목에 흥미를 보일 수도 있다. 난 이런 걸 알게 된다. 그 사람은 자신이 즐겨듣는 노래나 짙은 녹색 계열의 색깔을 못 본다는 것,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등 소소한 꿈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난 이러한 것들이 조금 신비로우면서도 무섭다고 생각한다. 사람 관계라는 것은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은 이상 결코 영원하다고 할 수 없다. 짧거나 길거나, 모두 지나가는 낙엽마냥 스쳐가는 인연이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고, 더욱 애틋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끊는다는 건 마치 해변가에서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모래 틈새로 조개껍질이나 이따금 유리 조각 같은 흔적을 남겨둔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밀물이 나가고 나면 그곳에는 거대한 공허함이 남는다. 썰물을 쫓으려 드는 것도 의미 없다. 흐르는 물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으니 떠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난 이따금 그 가수가 새로 발표한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하고, 자주 가던 카페의 새 메뉴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애초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다분히 부질없지만, 그것이 관계를 맺고 끊음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썰물이 빠져나가면 발가락 끝을 간질이는 조개껍질의 존재를 느끼며 그곳에 잠시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채 깨지 않은 단꿈에 머물러 쉬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꿈이니, 결국은 깰 수밖에.

마음의 거리라는 시는 쓴지 족히 몇 달은 된 글인데, 개인을 위한 선물이었기에 딱히 이곳에 기재할 생각은 없었으나 (사실 까먹고 있기도 했다) 그 남은 조개껍질을 밀려오는 파도에 쓸어버리기 위해, 라고 할까- 그러고자 내 일기장 같은 이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다. 그 의미는 퇴색되었으나 기억만큼은 그곳에 있으니 지나가버린 파도를 추억하고자 꺼낼 수 있다. 썰물이 지나간 해변가에는 정적과 공백이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다른 파도가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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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곡: 불꽃심장- 그래도 넌 나를 택했을까

Not a Wordless Night Anymore

I felt like I needed a reassessment of myself and my life in general, so I scrapped a list of 100 questions to ask yourself from Google. They are “100 Getting to Know You Questions,” from SignupGenius; I’ve looked over the questions and they seem all right, so I’ll give it a try:

1What’s the toughest decision you made today?

           Going to the convenience store with the worst headache ever just to buy a can of grape soda

2What’s the toughest decision you made this year?

Staying put with the relationships with others (more like trying not to hit people with chairs)

3What’s the toughest decision you ever made?

Not trying so hard to maintain my relationships with people

4What have you forgotten?

Remembering

5If you were guaranteed the answer to one question, what would it be?

This is rather corny, but will I ever stop thinking so much, or calculating so much when I’m around someone whose presence I appreciate?

6What’s it like being you right now?

Miserable. Nah I’m just kidding. It’s good. I’m not a person of high expectations, so I’m pretty much satisfied by everything. 

7What makes you nostalgic?

Long bus rides, good music, nights with full moon

8If you had two hours left on earth what would you do?

Shoot myself so that I wouldn’t have to witness the end of it.

9What’s the most beautiful word in the world?

I’ve never thought about this, but I really like the word ‘soft’

10Who makes you laugh more than anyone?

I have a friend called Lisa, whose company makes me feel as if I’m in a comedy show or something.

11What did your father teach you?

Do my best in everything.

12What did your mother teach you?

Run while I can.

13What’s the best gift you’ve ever given?

This is the hardest question so far- although I do have something in my mind that would be the best gift I’d ever give to someone, I’ll save my words for now.

14Best gift you ever received?

Letters. I love receiving and writing letters.

15How many times a day do you look in the mirror?

I guess, three? Sometimes eight?

16What do you require most in a friendship?

Similar interests

17If 100 people in your age group were selected randomly, how many do you think they’d find leading a happier life than you?

60? I am pretty satisfied with my life, but that’s only because I am honestly satisfied by very simple things.

18What is or was your best subject in school?

Currently Spanish. (This is so embarrassing, considering that I am taking a novice class)

19What activity do you do that makes you feel most like yourself?

Writing

20What makes you feel supported?

Being told that I’m supported.

21Whom do you secretly admire?

Not much of a secret, but Liszt

22What time of the day do you feel the most energetic and what do you usually do in those moments?

Around 11 to 1, and doing stuff like answering questions like these.

23What’s something you never leave home without?

Not surprisingly my phone. I even have withdrawal symptoms. I guess. 

24What’s a recurring dream you have?

Do not even get me started about dreams, because they are usually lengthy and very detailed, but sometimes I have the exact same dreams from years ago.

25What makes you feel safe?

Presence of people around me

26What’s the be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you?

Finishing junior year, because high school is almost over

27What do you want people to say about you once you’re gone?

I just don’t want them to shit talk about me, that’s all. I should start being nice if I don’t want that to happen.

28What’s the coolest thing about science?

Physics wasn’t cool to me.

29What’s the best money you ever spent?

Money is totally worth it when you spend it on good food.

30What’s a bad habit you have?

I am really messy. I procrastinate a lot. I end up not doing stuff.

31What are you grateful for?

That I am totally done with physics, regardless of what I got for my end of year exams

32Whom are you envious of?

People who are not afraid to cut off what’s harmful to themselves

33What’s an image you’ll never forget?

The setting sun through the windows of MRT 

34Describe a near-death experience.

I am honestly very clumsy- I lose stuff, I fall a lot, I get hurt a lot- I nearly got hit by a motorcycle last week (now I get why the characters in films or books freeze before they encounter death by vehicle)

35If you had a clone, what would you have the clone do?

I wouldn’t make her do anything related to academic activities, because she’s my clone after all, but I’ll make her attend awkward social gatherings 

36What’s your idea of Heaven?

I honestly only believe in heaven because I’m scared of dying.

37What’s your idea Hell?

And when I encounter these kind of questions, I prefer not to think about life after death because honestly who wants to be tortured even after life.

38When did you know?

Five? That’s when I first realised life doesn’t go the way I want.

39What can you do better?

Trying. Stopping. Hmm. Working out more? 

40When are you most yourself?

I seem to act differently around different people; I’d like to know the answer to that question too.

41What superpower would you most like to have?

Transportation. Korean subways in the morning are the worst.

42If you were granted three wishes, what would you do with the second wish?

I’m pretty much always broke these days, so I’d like to be guaranteed eternal wealth.

43What is your actual superpower?

Non-stop eating

44If you won 100 million dollars, what would you buy first?

Cheese tarts. It’s 12 AM as I write this and I really want cheese tarts.

45What’s the best sound in the world?

Raindrops. (Only when I’m indoors)

46What’s perfect about your life?

I encounter people I perfectly hate and I perfectly can’t do anything about it.

47What song do you sing only when you’re alone and what memory does it bring back?

I sing when there are people around me. I don’t think I sing when I’m alone. Pretty much the reason why my friends refuse to go to karaoke with me.

48Describe a moment you were so embarrassed you wanted to disappear.

I was playing ping pong with this guy in my racquet sports class in freshmen year and the ball got stuck between my thighs. I still don’t talk to that guy.

49How many times a day do you think about money?

When I pass by food / anything else I want and realise I have like three dollars in my wallet

50Who has been the biggest influence on you in your relationship to money?

Mom (I wish she’d stop threatening me about how she’s going to cut off my allowances when I sleep-in, because honestly, sleep is the best)

51What’s one thing you’re certain of?

That I’m going to continue being stupid about who I choose as my acquaintances

52Describe one of your colossal failures.

I instigated a coup in my elementary school Chinese class. Don’t ask.

53What makes you cringe?

God, I’ve once said “I’ll make you like me” to someone, and my friends still bring that up. That was a year ago. 

54What does your inner voice tell you?

Do you really need friends?

55What crime have you considered committing?

Would I get arrested if I write it here?

56What’s great about your mom?

Her cooking.

57What’s great about your dad?

His sarcasm. I think I got mine from him.

58Which day would you gladly re-live?

June 12, 2014.

59What are you awesome at?

Being really cringe

60What do you want people you meet for the first time to think about you?

Just not the Asian-girl-with-glasses stereotypes- quiet, smart, hardworking- like sorry to disappoint you?

61When were you most afraid?

When I had a dream about myself dying

62What are you terrible at but love to do anyway?

Singing. 

63What weapon would you carry during the Zombie Apocalypse?

Rifle, I guess. Seems like the most practical weapon.

64Which of your five senses would you keep if you could only keep one?

This is a hard one. Hmm. Taste. After all, I know how meat tastes like. I can’t just not have taste.

65What’s something you love to make?

Well-written letters.

66What do you cook better than anyone?

Cooking’s not my best expertise; once I baked a pan of brownies and I couldn’t cut through it.

67What do you wish you’d invented?

Pillows. I love pillows.

68What would you like to invent?

A door that brings people anywhere

69Out of 100 random people, where would you rank yourself in terms of your intelligence?

How would you define intelligence? 

70Where do you want to be right now?

Paris

71If you could be someone else for a day who would it be and why?

I’ve actually never thought about this; I like myself too much. I wouldn’t want to be anyone else. 

72What makes you feel powerful?

Not being to attached to anything

73What’s the meanest thing you’ve ever said?

I hope you end up taking the exam again next year. (And he did. I felt really bad.)

74What’s the meanest thing someone has ever said to you?

I don’t even want to think about this.

75What three words would you have on your grave stone?

It’s about time.

76What’s your first thought when you wake up?

How is it still not Friday

77What’s one thing you wake up to in the middle of the night worrying about?

That I’d somehow I’d be forgotten by everyone.

78If you could tell someone something anonymously, what would it be?

I can devise the worst ways to ruin someone’s life, but I’m just not doing it because it would somehow affect mine too. Oh, I’d also like to try slow dancing.

79Whom would you like to forgive and forget?

At the same time? 

80If you could get rid of one of your responsibilities today, what would it be?

Being a senior

81What type of person angers you the most?

Someone who lets his bad day affect others

82What is your greatest strength?

I forgive easily

83What is your worst weakness?

Anger management, being emotionally attached to people- God, I can’t even list all of them here 

84How do you show your love for others?

I buy them food (although I am reeeeally broke)

85Why are you here in this room right now?

I like the lamp here

86When is a time you forgave someone or were forgiven for something?

I was forgiven the same reason I forgave someone.

87What’s the biggest mistake you ever made?

Just one?

88What are you hiding?

My entire two years of middle school

89What’s your unanswerable question–the question you seem to always be asking yourself?

Why can’t I ever stop myself?

90What are you ashamed of?

88.

91What is stopping you?

My inability to handle the side effects 

92What’s a secret you have?

I secretly enjoy being cringe.

93How do you secretly manipulate people to get your way?

I don’t really try to manipulate people. I don’t care what they do, and I don’t need anything from them, as long as they don’t get in my way.

94When was the last time you apologized?

Today. I missed a family gathering and I felt bad afterwards because Dad really wanted me there.

95What is the biggest lie you tell yourself?

I’m satisfied with what I’m given

96What’s the moment you left childhood behind?

When I stopped thinking about all the paper cranes and nicely folded notes and hand puppets

97What’s missing from your life?

Excitement

98Do you believe in a higher power?

Like God? Guess not.

99What are you ready to let go of?

These questions. They took me two hours.

100What are you not saying right now

I am not a person of many words; even at this very moment I am trying to hold what I want to say.


It’s 1 AM now, and I think I’m done reflecting on my life, because jeez, some of the questions are really probing and they brought up things that I’d rather not remember. It was fun, I suppose, just not in a very good way. I don’t recall doing anything (except this long ass list) but the day went by fast and did lessen some insomniac madness to my night. Now I can’t wait to fall asleep.

Today’s Recommendation: Still my favorite, Liebestraum No. 3- Liszt

Everything and Nothing Happened in Kalahari

 

빛이 닿는 모든 곳은 아름답다. 광활한 땅 위에 모든 생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평선 너머로 이어져 있다. 햇빛을 받아 숨 쉬는 초원도, 투명한 쪽빛을 품고 있는 하늘도, 그 사이를 헤엄치는 구름도. 후덥지근한 공기 아래 짧은 탄식마냥 내뱉은 숨 한 모금은 초원에 들리지 않는 메아리가 되어 사라진다. 그곳에 소리는 없다. 그 넓은 땅에 목소리는 완벽을 흐리는 오점이라는 듯, 바람소리는 목소리를 삼키고 잠기게 한다. 그곳에선 땀방울 하나, 손에 묻는 흙 잔해 하나도 모두 소중하다. 바람 사이에 풀내음이 퍼진다. 메마른 땅의 조각과 뿌리부터 잔잔히 퍼지는 묘한 조합이다. 마을엔 아낙들이 옷을 널고 과일 바구니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아이들은 이따금 요동치는 버스를 쫓거나 염소의 꽁무니를 잡으러 다닌다. 우리는 그저 그들에게 외부인이다. 언제 도착해도, 언제 떠나도, 그저 그만인 외부인. 우리가 머무는 시간은 그들의 시간에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할머니도, 당나귀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던 아저씨도, ‘샵’ (남아공 식 인사법) 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부비고 가는 아이들에게도, 우리들의 얼굴- 눈매 하나, 콧등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을 것이다. 지나가는 시간은 그저 흘러 보내야 맞는 이치이기에. 하지만 이따금 생각이 난다. 매캐한 매연 연기에 찌들고 빈틈 없는 골목 사이에 있노라면 숨이 막힌다. 한 발자국 내딛으면 누군가의 숨소리, 목소리, 손끝에 닿는다. 불빛은 밤새 죽지 않고, 도시는 잠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계속 아프리카를 생각한다. 그곳에는 목소리가 없다. 그저 끝없는 지평선과 정적 속 속삭이는 풀과 찌르레기만 있을뿐.

내가 아프리카를 그리워 하는 이유는, 그곳은 내 세계를 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는 동안 난 꿈에 있는마냥 붕 떠 있었고, 그때는 모든 의무감도, 책임도 없었다. 꿈이었기에 행복했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운 적 없었다는 듯 숨길 수 있었다. 그곳은 도피처였고, 피난처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마음 편히 먹고 일했다. 주고받는 일도 쉬웠고, 모든 것은 가벼웠다. 마음은 받았지만 주는 것은 의무가 아니었던 그때. 난 그것을 계속 생각한다. 차라리 그렇게 가벼운 것이 어쩌면 나을 수도 있다고.


The light touches on every exposed patches of land in Kalahari. It falls on the leaves softly, and its light shimmers across the prairie. The bus rumbles, and so does the pebbles beneath the worn out rubber surfaces of the tires. The air is hot; every breath taken is held back and swallowed with traces of light and warmth.

This February I travelled to a village in outskirts of Kalahari. (Fun things do happen in my life; it’s just that I rarely remember to document them in words- ironically.) It was a sudden decision, but I recall that there wasn’t any hesitation about the decision itself. It was a thirteen hour flight to South Africa. We stayed in the city for first two days, looking around places like the Apartheid Museum. We stopped by at an open area with lines of shops that sold souvenirs: they were mostly carvings of animals and women, bracelets made of old stones and bead magnets. It was hard to leave because they were begging for us to stay and look over their merchandise. My friend was held back by one of the stall owners and our guide had to pull her out of it. Our work started on the third day; it was a seven-hour bus ride to Kalahari, and we were exhausted from the long ride, though it was nothing compared to the work we had do. Our work was repainting one of the buildings in a primary school. We had to scrap off the existing, dry paint on walls, rub it with the sandpaper (this was the last thing you would want to do under the scorching sun), rub it again with a plastic bag dipped in a bucket of water, paint it, add another layer of paint, and another. I wouldn’t lie- the “sanding” part was not fun. There weren’t enough pieces of sandpaper, so we had to reuse the old, torn ones to smoothen the walls where paint had been scrapped off. Painting was easier than the sanding, but it involved care for subsequent layers of paint. Every day was a good one. The kids ran to you and rubbed their thumbs against yours. The meals, especially braai, were great and nights in Kalahari were breezy and soothing. I had a conversation to wait for, and the wait wasn’t long then. It was difficult to leave that place. The smell of old wood, the dusty storage room, kids clinging on to you like how monkeys dangle on branches- everything was hard to leave behind.

I still think about Kalahari now and then. I’ve swept past my junior year too fast and too hasty that my indiscretion has caused sleepless nights and long-lived feelings of emptiness. At least those didn’t follow me back in Kalahari. Everything was brimming with life, and the excitement of sprouting feelings felt sweet. Today, as I write this, is yet another night devoid of sleep, and I long for myself to be in Kalahari, where nothing ever happened yet.

 

Today’s Recommendation: “Dawn” from Pride and Prejud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