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여름의 엄마를 기억한다

Korean October 27, 2019

나의 A,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얼굴이 몇 년은 앳되어서 바로 꿈인 것을 알아챘다. 엄마는 몇 번이고 내 이름을 부르며 머릿결을 쓸어넘겨 주었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목소리가 좋아서 엄마의 무릎에 누워 눈을 감았다. 지붕 위를 훌쩍 뚫고 자란 나무로부터 햇빛이 저 멀리서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저 멀리서 매미 소리가 따갑게 들려왔다. 여름이었다. 엄마의 옆에는 먹다남은 수박이 접시에 덩그러니 담겨 있었고 오래된 선풍기는 이따금 괴상한 철음을 내며 돌아갔다. 매미의 노랫가락과 선풍기의 괴음이 연주하는 불협화음이 나는 퍽 마음에 들었다. 엄마는 가끔 내 팔에 붙은 모기를 쫓아내주며 마당 밖을 내다 보았다. 엄마의 시선이 어딜 향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마당에 무성하게 핀 강아지풀에 머물렀는지, 저멀리 뜨겁게 달궈진 땅을 일구는 최씨 할머니에 멈췄는지. 나는 옛날에도 그랬듯 물어보지 못했다. 이렇듯 엄마의 시선은 가끔 알 수 없는 곳을 향했는데도 엄마는 언제나 고운 입술로 내 이름을 불렀다. A야, A야 하며. 너는 곧 모든 것의 진리고, 너는 내 세상의 진리라면서.

나는 눈을 뜨면 이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바스라질 것을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사실에,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든 순간마저 아쉬워할 것을, 깨어 있는 그 시간에는 그 잔향에 허덕일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 나는 그럼에도 그 꿈에 남는 것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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