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길

Korean June 16, 2018

그의 말에는 어떠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를 생각하곤 했다. 단순히 비가 오는 날에만 그와 대화를 했기에 그가 생각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의 어투에서는 마음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어, 가랑비가 오던, 소나기가 오던 그를 연상케 하는지도 모르겠다. 빗소리 사이에 숨죽이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노래 부르듯 잔잔한 그 목소리가 계속 마음에 울렸다. 게다가 기억이라는 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매개체만 있다면 곧이어 그 시간이 따르는 것일지도. 그녀는 그랬다. 비가 오면 그만이 아니라 그를 향하던 그녀의 눈길까지 생각이 났다. 누구를 봐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그를 보는 눈길이. 어떤 방향이 있는 것도, 특정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눈길이었다. 그의 부재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그 눈길을 그리는마냥 떠올렸다. 그렇다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 그의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진 듯, 그 사무치는 빈 공간에 그의 생각을 더욱 꾹꾹 눌러 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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