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ha, Sophie

벌써 2018년이다. 난 언제나 내가 길가의 잡초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그 잡초가 무럭무럭 자라버렸다. 이제는 내 나이의 앞자리도 더 이상 1이 아니다. 싱가폴에서도, 한국에서도 성인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야 어른이라는 것이 청소년으로서 얻을 수 있는 훈장 같은 것이었지만 아마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발길 끊긴 섬마냥 계속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조금 대책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 매뉴얼이라도 있어야지 싶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생’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자라 갑자기 세상에 내던져졌는데, 그렇다고 어른에게 어떻게 어른답게 사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답이 있긴 할까? 나는 어른이어도 어른답지 못한 사람들을 수두룩하게 봤고, 아이여도 어른만큼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도 봤다. 그 애매한 중간 선을, 난 넘을 수 있을까?

난 문제가 많다. 살면서 그늘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해를 등지는 그늘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늘이 없다, 라는 말이 좋다. 어두운 곳도, 서늘한 곳도 없다는 뜻이니까. 해처럼 빛나는 사람이 부럽다. 언제나 사랑 받으면서 자랐구나, 소리를 듣는 사람들. 주름진 곳 하나 없는 그런 사람들. 무엇을 보고 듣던, 마냥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 난 스무 살이 되자마자 내게 문제가 많은 것을 깨달았다. 저기 멀리 해가 있다면, 난 빛 한 점 없는 그늘 같은 느낌. 난 정말 꼬였고, 생각도 지나치게 많고, 사서 고생한다. 욕도 잘하고 미련만 많아서는 손에 쥔 것은 그것이 설령 기억뿐이라도 잘 놓지 못한다. 피해 입는 것은 정말 싫어하는 주제에 남에겐 피해만 끼치고 다닌다.

그런데 그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늘을 넘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난 내 좋은 점을 생각한다. 난 혼자 있어도 에너지를 얻는다. 하루종일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노래를 들어도 괜찮다. 성격은 더럽지만 생각이 많다는 건 언제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힘들게 좀 시간은 걸려도, 난 같은 고민으로 오래 앓은 적은 없으니까. 난 예전을 그리워 한다. 예전의 사람들, 그 기억들, 그 속의 시간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과거는 손 쉽게 놓을 수 있다. 나는 언젠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울 것이고, 전망 좋은 집에 주말에는 사놓은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잔뜩 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콜마르에서 일주일, 루체른에서 한 달, 그리스에서 일 년을 묵고 싶다. 그곳에서는 사진과 글을 담은, 수필을 쓸 것이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 먼 미래 돈을 많이 번다면 알로하 소피 라는 아담한 카페를 차릴 것이고 그곳을 운영하면서 책을 쓸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리운 옛날 이야기나 차마 걸어 지나치지 못하는 현재는 가볍게 걸어갈 수 있다. 무표정 인상이 우울해 보인다는 평을 듣지만 난 볼에 살짝 파인 부분이 있어 웃을 때 보조개가 두 쌍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생각이 많아서 순간을 사는 것이 어렵지만 그만큼 좋은 사람들과 순간들이 있을 때, 매 순간을 아낀다. 그러니까, 난 그늘이지만 그늘을 사랑한다.

난 정말 오랜 길을 걸어왔다. 2017년은 내게 정말 힘든 해였지만, 그리고 그렇게 고생하고도 2018년은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난 괜찮다. 적어도 내 그늘을 알아봤고, 그늘을 사랑할 방법도, 빛을 끌어안을 방법도 찾았으니까 괜찮아. 잘 가 2017. 먼 훗날엔 어쩌면 조금은 보고 싶을지도 모르지.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