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별의 방식

그러니까,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결국 동물이고, 동물에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직감 같은 것이 있다. 항상 찾던 카페의 공기도 왠지 한 바퀴 뛰고 온마냥 무겁게 느껴졌고, 한 숨 한 숨 내쉴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리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불능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그 전날 밤 한 숨도 잠들지 못했고 그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계속 다른 것을 생각했다. 어느 머그컵에 코코아를 담을까, 그 코코아에 무엇을 얹을까- 마시멜로, 사탕? 코코아를 마신다면 간식과 곁들여야 할까? 같은 쓸모없는 것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이 순간을 상상해왔던 것 같다. 몇 번이고 연습했던 순간이기에, 실제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끝에 만져지는 옷깃이나 테이블의 나무 표면 같은 것들, 부엌에서 미미하게 풍겨나오는 패스츄리 냄새, 웨이터의 구두 소리 같은 것들. 나는 그가 오기 전까지 녹빛 벽지 무늬를 눈으로 쫓았다. 색맹이었던 그가 내게 자신이 보는 녹색을 설명해주려 했던 것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그의 눈은 밤새 마음을 쏟아냈는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때문에 그의 눈길은 말라 있었고,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계속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한가득 차 있던 자리가 비어 있었던 탓일까, 나는 마음의 부재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무언가 흐르던 자리가 메말라 버리면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그 아래의 땅이다. 촉촉한 것이 사라지만 흙내음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참을 정적 속에 앉아 있었다. 몇 번이고 생각해왔기에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빨리 감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는 그런 것이 없다. 매 순간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뿐. 그는 내가 옛날에 접어주었던 종이 비행기를 내밀었다. 종이 비행기를 어떻게 접냐며 물어오던 그에게 난 바보 같다며 타박을 하면서도 접어주었던 것을 생각했다. 모서리 하나하나 정성들여 누르며, 반듯한 종이 비행기는 우리가 가는 모든 곳에 먼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종이 비행기를 내게 내밀면서도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마음이 가는 길의 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져가는 사람은 결국 나였다.

사람들은 그가 종이 비행기로 이별을 통보했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 끝에서 종이 비행기를 받은 것은 나였다고, 난 말하지 못했다.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