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는 마음 같은 것

Korean December 3, 2017

연서 끄트머리에 엉성한 손길로 묶인 민들레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살짝 접힌 모서리부터, 종이의 부드러운 표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보면 미약하게나마 꽃 향기가 났다. 한참 전에 지나버린 그 시간의 기억이 솔솔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 봄이 묻어나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끝내 지날 기미가 안 보이는 아득한 겨울 끝에 서서 연서를 받았지만 마음만은 그 너머에 있었다. 햇볕이 녹아내린 듯한 봉투의 노란 종이의 한 구석에는, 비스듬히 내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그 보잘 것 없는 이름을 꾹꾹, 한 자씩 눌러 썼을 손끝이 문득 떠올랐다. 그 고운 손결을 탔을 글자가 얼마나 어여쁜지 생각하며, 나는 그것을 두 손 꼭 쥐고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서투른 손길로 살짝 독특한 취향의 우표를 붙이고 오래 전에 책장 속에 고이 말리었던 민들레로 입구를 봉했을 그 애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 마음이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사실 연서가 도착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해가 지고 달이 드리웠는데도, 또 다른 하루가 꼬박 지나갈지도 모르는데도 그 편지를 손에 꼭 쥐고 발만 동동 굴렀었다. 행여나 그 마음이 닳을까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 꽃잎을 보면서. 오롯이 나를 생각하며 썼을 것이다. 나의 얼굴, 눈길, 손끝 하나하나 떠올리며 글을 적었을 것이고, 우편함에 도착한 이것을 받아들 나의 표정을 떠올리며 편지를 부쳤을 것이다. 그러니까, 난 사실 편지의 내용보다는 나를 생각해주어, 그 울렁이는 마음을 이 연서에 담은 것을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연서를 열기 전, 그 마음을 날 것 그대로 느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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