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사랑했다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어떨 때는 그늘밤 아래 나누던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를 밤새 곱씹기도 하며 돌아가기를 원했고, 어떨 때는 마냥 발걸음이 닿는대로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햇살이 손바닥으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른한 낮에 나와 마음이 망아지마냥 마구 날뛰어도,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도 햇빛은 사방으로, 그리고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니 막아질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늘을 쫓아다녔다. 나뭇잎 아래, 그 조그마한- 어쩌면 손바닥보다도 작을 그 작은 쉼터에서 숨을 돌렸다. 그늘은 많은 말을 속삭이지는 않았지만, 이따금 여름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바람으로 옷 끝에 드러난 목덜미를 간질이거나, 해가 무릇 지고 달이 다시금 찾아왔을 때 온 세상을 끌어안고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언제고 조용히, 눈을 떠보면 옆에 있었다. 그러니 그늘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불가항력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버드나무 아래서는 그 사이에 지는 얼룩진 햇빛을 보며 마냥 머물라며 이야기 하고 싶었고, 잠 못 드는 밤에 창문을 열어놓을 테니 바람으로 불어와 달라고 하고 싶었다. 무르지 않은 부드러움, 그것이 좋았다. 나는 그의 모든 그늘을 사랑했다.


간만에 어쩐지 소설다운 글을 써본 것 같다. 근래에는 일이 많아서 한시도 한 숨 돌릴 새가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살고 있다- 하고 절절히 깨달았을 때가 없다. 요즘은 혼자 서기를 배우고 있다.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이 세상에 내던져졌으니 바닥에 기더라도 움직이는 것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냥 추상적으로 들리더라도 이것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너무 많은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눈길을 돌리면 너울너울 지고 있는 해가 보인다. 뛰는 새 뺨을 스치는 바람이, 이른 아침 방을 한 가득 채우는 빛이, 새벽에 연결음이 끊기고 들리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돌아가기를 원해도 아득한 미래를 걷고 있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늘이 있다. 그늘을 사랑했으니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위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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