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리

Korean July 17, 2017

사람을 알게 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유효기간이 있는 듯하다. 어딜 가든 사람들을 만나고, 어느 하루가 되었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 그 사이에 오가는 것은 무척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어떤 형식을 통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정말 값진 행위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마음의 거리가 가깝다면,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그 시간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지만, 시간과 관계 없이 일단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나누고 주위 사람들과의 벽을 허물어간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내게 작은 조각들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마치 바닷가의 조개껍질 같아서, 작은 해변을 이루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가져오는 세상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덜 편협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된다.

때로는 그 조각들이 다른 형태를 갖추어 나타날 때가 있다. 어느 관계는 그저 겉에서 맴도는 것과 같은, 얕은 관계지만 어쩔 때는 내가 모르는 사이 그것은 깊게 스며든다. 마음의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니, 그것이 다른 조각들보다 깊게 뿌리내려 마음 한 구석에 슬그머니 자리잡아도 난 결코 모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을 그만큼 깊게 알게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일뿐더러, 흔들리는 배를 붙잡아줄 닻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먹는다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이국적인 음식, 처음 듣는 취향의 음악이나 좋아한다던 감독의 영화라던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된다. 사소하지만 단순히 그 사람을 ‘아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것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그 감정은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을 보고 닻을 내릴 수도 있고, 옷 입는 취향을 보고 움찔하는 것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그 사람은 어쩌면 나른한 일요일 오후의 단잠을 즐기고 간단한 요리는 뚝딱 만드는 재주를 가졌을지도 모르며, 특정 옷을 입는 것을 고집하며 옷장에 그러한 옷들이 나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까닭에 여러가지 일에 능할 수도 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과목에 흥미를 보일 수도 있다. 난 이런 걸 알게 된다. 그 사람은 자신이 즐겨듣는 노래나 짙은 녹색 계열의 색깔을 못 본다는 것,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등 소소한 꿈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난 이러한 것들이 조금 신비로우면서도 무섭다고 생각한다. 사람 관계라는 것은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은 이상 결코 영원하다고 할 수 없다. 짧거나 길거나, 모두 지나가는 낙엽마냥 스쳐가는 인연이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고, 더욱 애틋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끊는다는 건 마치 해변가에서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모래 틈새로 조개껍질이나 이따금 유리 조각 같은 흔적을 남겨둔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밀물이 나가고 나면 그곳에는 거대한 공허함이 남는다. 썰물을 쫓으려 드는 것도 의미 없다. 흐르는 물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으니 떠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난 이따금 그 가수가 새로 발표한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하고, 자주 가던 카페의 새 메뉴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애초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다분히 부질없지만, 그것이 관계를 맺고 끊음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썰물이 빠져나가면 발가락 끝을 간질이는 조개껍질의 존재를 느끼며 그곳에 잠시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채 깨지 않은 단꿈에 머물러 쉬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꿈이니, 결국은 깰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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