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공식이 있다면

길고 길었던 일 년을 내다보며 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항상 이맘 때쯤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지만, 그 중 단언컨대 매번, 빠짐없이 드는 생각은 난 왜 이렇게 스스로 사서 고생할까- 이거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그렇게 복잡한 인간은 아니다. 화가 나도 금방 풀리고, 기분이 좋으면 길가의 모든 군것질거리를 한 아름 사 들고 귀가하는 단순한 사람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학업도 취미도 사실은 별 생각 없는지도 모른다. 한 순간 막대한 계획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순간은 다른 곳에 꽂혀 그곳으로 달려가느라 정신 없을지도 모르니. 그런 걱정은 모두 한 순간이지만, 내가 유일하게 공식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여전히 인간 관계다. 이제는 제법 해탈해져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유도하는 관계는 정리할 줄 알게 되었지만, 역시 사람 마음이란 게 모두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이상한 곳에, 방향이 없는 관계에 내 온 힘을 쏟아붓느라 지쳐 있었는데, 그렇게 거듭된 실패를 겪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해도 어느새 난 실수를 하고 만다. 난 물리는 젬병인데, 적어도 물리엔 정확한 공식이라도 있지. 내가 그렇게 절절 매는 물리 문제도 공식을 이리저리 뒤틀다 보면 언젠간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람 마음엔 답이 없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예측도, 답도 없다. 사람 마음도 F=ma 마냥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나도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고,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갈 수 있는 길로만 갈 텐데. 매년 드는 생각이지만 역시 올해는 조금 더 그러하다.

사실 지금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기분이다. 알아버리면 안될 것 같은 것을 알아버린 느낌. 내 입으로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난 예전부터 촉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새삼 눈치 채는 것도 많아진다. 아는 건 힘이고 지식은 곧 능력이라는데, 그것이 내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반대의 힘일 수도 있다. 나를 계속 뒤돌고, 망설이게 만들어 하여금 뒷걸음질 하게 만드는 힘. 차라리 둔해빠졌으면 좋겠다. 눈치 없고 둔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 같은 눈치 싸움에 지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잠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차라리 이런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에서 잠들면, 막상 폭풍이 들이닥칠 때엔 모른 척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는 황야에 있었으면. 물론 모든 것은 그저 ‘있었다면’ 이라는 부질없는 희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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