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난 고민이 있으면 스스로 잘 해결하곤 했다. 정말 기억도 안 날 때부터, 조언을 구하긴 해도 마지막에는 언제나 본인이 해결하는 식이었다. 부모님도 어느 정도 선에서 말을 아끼시는 분들이라 나도 자연스레 ‘내 무덤 파는 일’을 피하자-라고 느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커서 고민의 스케일이 커질 때 쯤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으면 그 날 하루는 생각에 잠겨 보내곤 한다. 그러다 울적해지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정처없이 길을 헤매거나, 외딴 곳에 홀로 앉아 울거나 생각하거나,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집에 들어 와 평소처럼 생활하곤 한다. 지인은 이것을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 한다. 독단적으로 해결을 하려는 마음은 좋지만 해결하려는 일이 자신의 손을 벗어날 때 본인이 그것을 자각하면 한없이 나약해지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큰 방황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나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해, 내 손을 벗어난 문제였다.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 그때 처음으로, 두 시간 동안 특정한 목적지 없이 돌아 다녔다. 집에 돌아 올 무렵 기분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사실 그때도 특정한 이유랄건 없었다. 나는 의외로 주위에서 눈치채는 것이 많아,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 신경을 쏟아붓다 보니 항상 지쳐있다. 그렇게 모든 것에 의미를 두고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본인의 생각에 잡아먹히고 만 것이다. 생각은 힘이다- 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커서, 그것이 이롭든 해롭든,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곱씹으면 해결책은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 해결책이 낳을 대가는 보장 못하지만.

근황을 얘기하자면 나는 지금 심각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종이나 연필에 손만 대면 원하던 글이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반 년째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앉아서 쓸 수 있는 글의 양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진로를 생각해봐야 할 시기에 글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는 것은 좋지 못한 소식이다. 써둔 것도 없어서 나름 고민 중이다. 요즘 머리에 든게 많아서인가- 왠지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괴롭다. 애초에 나는 ‘목적’이라는 것이 없으면 의욕을 상실한다. 한 해 계획을 세울 때도 크고 두루뭉실한 계획보단 일 년 내내 이룰 때마다 나를 즐겁게 해줄 작은 계획 여러개를 세워놓곤 한다. 그러다 하나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자책한다. 변명을 해보자면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건설적인 사람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획적이긴 해도 계획이 없어지면 무너지는 사람이다. 본인의 책임감에 얽매여 사는 사람에게 목적은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그게 없어진 지금 꽤나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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