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독백, 약간의 끄적임

글 쓰는 것이 왜 좋냐고 물으면 나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사람이 좋고 싫고를 가리는데 딱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글을 어떻게 접했는 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난 어릴 적 꽤나 당돌하고도 성격 나쁜 아이였다. 내가 최고가 되고 싶고, 내가 주목 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먼저 귀국한 친구가 소설 두 권을 세상에 내보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마냥 얼떨떨했다. 친구의 기쁨을 빌어주는 것이 당시의 나에게는 참으로도 어려운 일이었다. 난 성격이 좋진 않으니 지금도 그럴 지는 모른다. 여하튼, 그것을 시작으로 나도 글을 썼다. 처음에는 ‘저 애가 한다면 나도 할 수 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글을 썼지만, 처음 쓴 소설을 동네에 사는 친한 동생에게 읽어주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다음 편을 찾던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 쓴 것이다. 내 독자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동네 동생, 그 동생의 동생, 그리고 같은 반 친구. 재밌다, 잘한다 소리가 듣기 좋아 계속 쓰고 보여주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 지 모르지만, 왠지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숨기고 숨겨, 최근까지 숨겨왔다. 중학생 때 좋아하는 선생님과 그의 오케스트라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을 세상에 내보내고 싶었다. 내 첫 작품을 인정 받고 싶었다. 수많은 출판사들이 내 소설을 거절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가슴이 쓰라린 건 어쩔 수 없었다. 모두 하나 같이 학생의 노력은 가상하고 필력은 좋지만, ‘원하는 작품은 아니다’ 라고 했다. 괜찮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롤링 작가도 많고 많은 출판사의 외면을 받지 않았던가. 사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난 거만한 사람이다. 거만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겁쟁이다. 재능을 인정 받고 싶으면 공모전 같은 다른 방도도 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난 그저 나의 글이 어설픈 재능이거나 원래 재능이 없던 거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운 좋게도 한 출판사가 출판 제의를 건네 왔고, 난 그 제의를 수락 했다. 정말로 감사하고 나에게는 과분한 기회였지만, 난 오히려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난 자만하며 무조건 이 길로 나갈거라고 했지만, 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출판사에 넣어, 그리고 답변을 받았을 때 마음 속 깊이 묻혀져 있던 작은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내가 이 길로 인해 성공할 수 있을까’, ‘가망 없는 곳에 내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는 않은가?’ 고등학생인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인생에 많고 많은 갈래 중 하나를 택해 몇 년간 걸어 왔다. 지금이라도 돌아 갈 수 있을 정도로 멀지 않은 거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분명 시작점에서 어느 길을 가야 할 지 고민만 하다가 중요한 시기를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난 내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오래 간직해온 꿈을 이제와서 버리고 싶지도 않다. 섣불리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다. 나에게 중요한 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내 꿈을 지지해주겠다고 했지만 난 그게 더 무섭다. 부모님에 기대와 나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는 건 무섭고도 아슬아슬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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